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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s Melisma Island

가고시마 겨울 여행 후기 (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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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겨울 여행 후기 (3)

Luna Crystal 2026. 1. 30.

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가고시마 성까지는 걸어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가고시마 성은 일본 100명성 중 하나라고 합니다. 가고시마 성을 둘러본 후, 시로야마 텐보다이(城山展望台)에 가서 야경을 감상할 계획입니다.

 

가고시마 성 앞에 도착하니 웅장한 고로몬(御楼門)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가고시마 성의 고로몬은 1873년에 화재로 소실되었고, 2020년에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복원되어서 그런지 삐까뻔쩍합니다.

 

고로몬을 지나면 성벽에 무수한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1877년에 발생한 세이난(西南) 전쟁에서 발사된 총탄의 흔적으로, 시로야마를 거점으로 농성한 사츠마(薩摩)군과 포위한 정부군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곳에서 펼쳐졌다고 합니다.

 

총탄 자국이 남은 성벽을 따라 올라가면 텐슈(天守)는 없고, 웬 현대식 건물이 있네요. 성은 1873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하는데, 고로몬이 소실되었던 때에 전체적으로 소실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이 없는 성이라니 약간 김이 빠집니다.

 

위 사진은 정원 유적으로, 가고시마 성이 소실되기 1년 전인 1872년의 정원 풍경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가고시마 성터를 대충 다 둘러보았으니 마지막 목적지인 시로야마 텐보다이로 가기로 합니다.

 

시로야마 텐보다이까지는 시티뷰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레이메이칸(黎明館) 인근의 출입구를 통해 나오면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시티뷰 버스를 타면 됩니다. 큐트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티뷰 버스를 타고 시로야마 정류장에서 내려 시로야마 텐보다이로 갑니다. 주차장 주변에 상점가가 늘어서 있는데, 상점가를 따라서 이동하면 됩니다. 이상한 데로 가면 상점 주인분들이 알려줍니다.

 

산책로 안내 표지판을 따라서 가면 금방 도착합니다. 이전에 다녀왔던 후쿠오카(福岡), 삿포로(札幌)와 같은 대도시의 풍경에는 못 미칩니다만, 사쿠라지마와 도시가 공존하는 가고시마만의 특색이 살아있습니다.

 

여유 있게 도시 풍경을 조망하다가 조금 어두워진 후의 모습도 담아보았습니다. 하늘의 색이 서서히 바뀌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도시 전체에 불이 켜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저녁 6시쯤 되니 날이 꽤 어두워졌습니다. 가고시마 시내 야경의 모습을 잠시나마 담아봅니다. 가고시마 시내 풍경을 충분히 감상했으니 저녁 먹을 곳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전에 이곳에서 어떻게 나갈지를 고민해 봐야 될 것 같지만요.

 

시티뷰 버스는 막차가 끊겼기 때문에 시로야마 텐보다이 인근에 있는 시로야마 호텔로 가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텐몬칸(天文館)에 왔습니다. 시로야마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텐몬칸에 온 이유는 지난 여행 때 먹지 못했던 스시를 먹기 위해서였는데, 너무 쉽게 스시집을 찾았습니다. 역시 가고시마 최대의 번화가답습니다. 더 찾아보기는 귀찮아서 스시잔마이(すしざんまい)에서 스시를 먹기로 합니다.

 

웨이팅이 꽤 길었는데, 회전율이 빨라서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특특 스시잔마이 세트를 시켰고 궁금해서 우니(ウニ) 군칸마키(軍艦巻き)도 하나 시켜봤는데, 우니 군칸마키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주문한 자리로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 인상적입니다. 세트 메뉴는 점원이 직접 가져다줍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트램을 이용하여 가고시마역으로 가기로 합니다. 인근에 있는 텐몬칸도리(天文館通)역에서 트램에 탑승했습니다. 트램은 처음 타보는데, 다소 느리지만 단거리 이동에는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고시마에키마에(鹿児島駅前)역에 도착했습니다. 역명답게 가고시마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이날은 이동 수단에 돈을 쓰지 않은 날입니다. 많이 돌아다녔으니 빨리 숙소로 돌아가 넷째 날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넷째 날의 행선지는 일본 본토(4대 주요 섬) 최남단에 위치해있는 사타미사키(佐多岬)입니다. 어디 갈지 고민을 좀 했었는데 가고시마까지 왔으니 최남단은 가보자는 생각으로 사타미사키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뚜벅이 여행자가 동절기에 사타미사키에 갈 수 있는 방법은 택시 투어밖에 없기에 사전에 택시 투어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야마카와항에서 페리를 이용해 네지메(根占)항에 가는 경우, 6천엔으로 투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듯합니다. 이날 이른 아침에 가고시마역에서 가고시마츄오역으로 가는 열차를 놓쳐버려서 시작부터 계획이 빠그라질 뻔했는데, 운이 좋게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가고시마츄오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무사히 야마카와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역은 JR 최남단 유인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마카와역에 도착한 시간은 8시 14분인데, 페리 시간은 10시이기에 야마카와항까지 여유 있게 걸어가기로 합니다. 거리는 2.2km인데, 위 사진과 같이 대부분 인도가 갖춰지지 않았고 차량 통행도 제법 많아서 위험한 일이긴 합니다. 참고로, 여행 둘째 날에 이부스키역에서 탔던 타마테바코 온천행 버스가 이 구간을 지나갑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도중에 도로 공사 현장이 있었습니다. 덕후의 나라 일본답게 공사중 캐릭터도 십덕스러운데, 다양한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남자 캐릭터도 있었는데,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습니다.

 

걸어서 야마카와항에 도착했습니다. 페리 출항 시간 1시간 전이라 페리 터미널 내부는 썰렁합니다. 페리가 결항되면 사타미사키 투어는 자동으로 종료되기에 운항 상황을 미리 체크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근데, 난큐(なんきゅう) 페리 홈페이지는 7시쯤에 업데이트를 하기에 8시, 10시 페리를 계획한 경우엔 일단 야마카와행 열차를 타고 나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시 페리 표를 끊고, 야마카와·네지메 항로 승선 증명서를 요청해서 받았습니다. 이 증명서가 있어야 택시 투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택시 타면 기사분이 증명서부터 찾기 때문에 그때 증명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페리 터미널에서 그냥 앉아서 쉬다가 시간이 되어서 난큐 페리에 탑승하였습니다. 여행 3일차에 이용했던 사쿠라지마 페리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네지메항은 야마카와항에서 페리로 대략 50분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출항한 페리에서 바다를 보며 사진을 담아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섬은 치린가시마(知林ヶ島)로, 3월부터 10월까지는 썰물 때 육계사주가 나타나 본토에서 걸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연의 섬이라 불립니다.

 

이번엔 가이몬다케를 바라보며 사진을 담아봅니다. 출발한 지 20분 남짓 지나서 사츠마 반도는 까마득히 멀어져 있지만 가이몬다케는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네지메항에 도착하니 페리 터미널 바로 앞에 택시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예약자 이름을 크게 적어놓은 이름판을 달아놔서 못 찾을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이제 택시를 타고 최종 목적지인 사타미사키로 향합니다.

 

사타미사키까지 가는 길은 산속 급커브길의 연속이라 중간에 찍을만한 사진은 딱히 없습니다. 일본에서 운전 경험이 많지 않다면 쉽지 않은 코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 사진과 같은 해안 도로가 나오면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것입니다.

 

사타미사키 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면 보이는 건물은 인포메이션으로, 이곳에서 본토 최남단 도달 증명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본토 최남단 도달 증명서만 받고 나가기는 좀 그래서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마그넷 기념품도 구입했습니다. 이곳에서 주어진 자유시간은 딱 1시간입니다.

 

시타미사키 공원 주차장에는 동남아에서나 볼만한 반얀나무가 서있습니다. (동남아 여행은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반얀나무를 보니 이곳이 정말 일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이 본토 최남단이라는 사실이 실감 납니다.

 

사타미사키 공원 주차장 인근에서 본 풍경입니다. 수평선에 야쿠시마(屋久島)가 어렴풋이 보이고, 다케시마(竹島)와 이오지마(硫黄島)도 보입니다. 사실 이곳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최남단일 뿐이고 도보로 갈 수 있는 진짜 최남단은 따로 있습니다.

 

최남단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입니다. 바다소금맛 아이스크림이라는데, 단짠단짠하고 맛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진짜 본토 최남단인 사타미사키 텐보다이에 가보기로 합니다. 사타미사키 텐보다이는 도보로 대략 15분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목적지인 사타미사키 텐보다이로 출발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터널을 지나서 쭉 걸어가면 사타미사키 텐보다이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등산을 좀 해야 되는데 산책로가 잘 닦여서 생각보다 걸을만합니다.

 

사타미사키 텐보다이로 가는 길 도중에는 미사키 신사가 있습니다. 무성한 숲속에 있는 본토 최남단의 신사로, 특이하게도 토리이를 지나지 않고 신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유시간이 30여분밖에 안 남아서 패스하기로 합니다.

 

여기서부터 쭉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이날 숏패딩을 입었었는데 걷다 보니 더워서 지퍼를 내리고 올라갔습니다. 지난해 홋카이도에서는 롱패딩을 입었던걸 생각하면 일본이 참 긴 나라라는 게 실감됩니다.

 

드디어 진짜 일본 본토 최남단인 사타미사키 텐보다이에 도착했습니다. 망망대해가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이 정말 장관입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힘들었지만 수고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본토 최남단 도달 증명서도 한 컷 남겨봅니다. 일본의 본토 4극점 중에 한 극점을 찍고 나니 나머지 3극점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본토 최남단 기념비 옆에서 인증샷을 찍고 나니 사타미사키 공원 주차장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네지메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북위 31도선 기념비도 찍어줍니다. 네지메향에 거의 도착했을 때 기사분께 근처에 점심 먹을 데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페리 터미널에서 가까운 마트와 식당이 있다고 하면서 그곳에 세워주었습니다.

 

택시 미터기 요금은 무섭게 올라가있지만(나중에 정산할 때, 필요한 자료인지 미터기를 켜고 출발했습니다.) 할인 혜택을 받아 6천엔만 내고 택시 투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50분쯤에 출발해서 오후 1시 20분쯤에 네지메항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기사분은 마트 앞에서 차를 세워주었는데, 저는 네지메 온천 넷피칸(ネッピー館) 내에 있는 오가와(雄川)로 갔습니다. 라스트 오더가 1시 30분인데, 라스트 오더 4분 전에 도착해서 아슬아슬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메뉴는 흑돼지 등심카츠 정식입니다. 라스트 오더 시간 직전에 들어와서 주문한 메뉴가 나왔을 때 식당에는 저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할머니 두 분이 매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빠르게 식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네지메항 페리 터미널로 가는 도중에는 오가와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공원에 아이들이 꽤 있는데,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듯합니다. (실제로 페리에 아이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2시 30분에 네지메항에서 출발하는 페리에 탑승하였습니다. 오스미(大隅) 반도를 떠나서 다시 사츠마 반도로 돌아갑니다. 오스미 반도에는 고작 3시간여 정도 머물다 가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다시 야마카와항에 돌아왔는데,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서 페리 터미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여유롭게 쉬다가 버스를 타고 야마카와역으로 가서 가고시마츄오역까지 쾌속 나노하나 열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저녁은 가고시마츄오역에 돌아와서 먹었습니다. 가고시마츄오역 이치방가이(一番街) 주변에 있는 카와큐(川久)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연말이라 문 닫은 음식점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1일 2돈카츠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문한 메뉴는 카츠토지(カツとじ) 정식으로, 카츠동에서 밥과 돈카츠가 따로 나온 것 같이 생겼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가고시마츄오역 이치방가이를 잠시 둘러보다가 숙소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4일차 가고시마 여행이 지나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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